조선일보 2009-06-05일자 "이제는 인재 수출하는데 성공하고 싶어"
보인고(高) 김석한 이사장, 신입생 상위3%에 전원 장학금
"상위 3% 정도면 특목고를 노려볼 만한 실력인데 장학금을 건다고 학생들이 무조건 오겠습니까."
서울 송파구 오금동 보인고등학교 김석한(54) 이사장의 말이다. 김 이사장은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골라 지원하는 내년 3월부터 신입생 가운데 중학교 3년간 평균 성적이 상위 3% 이내인 ''성적 우수 학생'' 전원에게 500만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결정했다. 400명분이다. 예산 20억원도 마련했다.
김 이사장은 "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 특목고에 못 가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마련한 것"이라고 설명했다. 보인고는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학교다. ''상고 명문''으로 꼽히던 이 학교는 2005년 인문계로 전환했다. 김 이사장은 1974년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인조모피 수출사업을 벌여 성공했다. 그는 2004년 7월 모교를 운영하는 보인학원을 인수해 2005년 ''대주학원''으로 이름을 바꿨다. 인수 당시 보인학원은 심각한 경영난과 내홍을 겪고 있었다.
▲ 4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보인고등학교 김석한 이사장이 학교 교정에서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.
"처음 학교를 인수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 말리더라고요. ''아무 문제 없는 학교를 운영해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, 왜 시끄러운 학교를 인수하느냐''는 것이죠. 그런데 저는 제 모교를 명문 학교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어요."
그는 학교를 인수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5년간 총 100억원을 투자했다. 재단 인수비용(42억원), 장학기금(15억원), 시설 투자비(13억원), 축구부 운영비(10억원), 내년도 신입생 장학금(20억원) 등이다. 올해 하반기에 보인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선정되면, 15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. 모두 그의 개인 재산에서 나온 돈이다.
김 이사장은 "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하면서, 세계적인 인재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"고 했다. 그는 1985년, 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에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 1억원을 보태 ''인성물산(현 인성하이텍)''이라는 회사를 세웠다. 생산품목은 인조모피(옷이나 봉제인형의 재료로 쓰이는 모조털). 회사는 매년 300% 가까이 매출이 성장했고, 1993년부터는 부채 없이 무차입 경영을 하게 됐다. 회사를 연 지 23년 만에 연 매출 2500억원, 자산규모 2000억원에 세계 7개국에 현지 사무소를 둔 회사가 됐다.
김 이사장은 "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일로 성공했으니, 이제는 인재를 수출하는 데 성공하고 싶다"고 했다.
김 이사장은 "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일로 성공했으니, 이제는 인재를 수출하는 데 성공하고 싶다"고 했다.
"일반고 전환 후 지난해까지 뽑은 선생님 33명 전원이 해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. 내년부터는 학생들도 해외 연수를 보내려고요. 자율형 사립고가 되면 해외 사무소를 통해 해외 고등학교와 교환학생도 추진할 겁니다. 학생들이 성공할수록 돈은 더 들겠지만, 그건 즐거운 지출이죠."
이인묵 기자 redsox@chosun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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